요즘 야구 표 구해봤나? 쉽지 않다. 진짜 안 된다. 예매 시작 시간 딱 맞춰 들어가도 이미 매진. 암표 거래 사이트를 확인하러 들어가면? 15만 원, 많게는 20만 원. 이쯤 되면 야구장이 아니라 경매장이다.
2025 KBO 리그, 역대급 인기다. 전반기에만 700만 명 넘게 야구장을 찾았다. 한화는 홈 24연속 매진. LG, SSG, 롯데는 평일도 만원. 그런데 이상하다. 경기장엔 사람이 넘치는데, 야구 팬은 외롭다. 왜?
암표 때문이다.
암표, 이젠 공공연한 산업이 됐다
웃돈 받고 되파는 티켓, 즉 ‘암표’는 더 이상 숨어 있지 않는다. 대놓고 블로그에 “2800만 원 벌었다”, “이번 달에만 250장 팔았다”는 인증까지 올라온다. 웃긴 건, 본인은 그게 합법이라 생각한다는 거다.
근데… 진짜 합법일 수도 있다.
왜냐면, 지금 법이 그렇다
- 현장에서 팔지 않으면 단속 대상 아님
- 매크로 안 쓰면 걸릴 일 없음
- 반복적 판매나 상습성이 입증돼야 처벌 가능
2024년에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은 됐지만, 아직도 애매한 틈이 너무 많다. 요컨대, 지금 암표상들은 법의 회색지대에서 합법처럼 행동 중이다.
구단은 무력, KBO는 거리 두기
허구연 총재는 공식 인터뷰에서 말했다.(중앙이코노미 뉴스)
“암표 문제 계속 논의는 하고 있다. 다만 구단별 티켓 판매 구조 때문에 KBO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KBO는 책임이 없다. 각 구단이 알아서 예매 시스템 운영하고, 단체 관람도 구단별로 판단한다.
결국 지금의 암표 구조는 ‘규제 사각지대+운영 분산+구단 무대응’의 3박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김강민 은퇴식 사건, 폭발 직전까지 간 팬심
이슈가 된 건 김강민 은퇴식. SSG의 레전드 선수 마지막 경기였고, 팬들의 관심도 엄청났다. 유료 멤버십 팬들이 ‘선예매’로 티켓을 잡으려고 했지만…
표가 없었다.
왜 없었냐고? 대부분이 단체 관람 명목으로 미리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해보니?
- 일부 단체는 허위 단체
- 티켓 되팔기 위한 위장 신청
- 웃돈 받고 개인에게 판매
사실상 공식 시스템을 통한 암표 거래다. 팬들 입장에선 이보다 더 허탈할 수 없다. 돈 내고 가입한 멤버십이 실질적으론 아무 의미 없었으니까.
디지털 시대, 티켓은 선택받은 사람만의 것?
요즘은 티켓 예매조차 능력과 환경이 따라야 한다. 빠른 손, 빠른 인터넷, 선착순 감각, 앱 숙련도. 심지어 팬들 중엔 전날부터 현장 매표소 앞에 줄 서는 사람도 있다.
15시간을 기다린다.
온라인 예매는 막혀 있고, 중고 거래는 사기 위험이 있고, 현장 판매는 체력 싸움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떤 노부부는 표가 없어 경기장 밖에서 소리만 듣는다.
…이게 우리가 꿈꾸던 야구 문화였던가?
“이대로면 야구는 특권이 된다”
암표 문제의 핵심은 ‘기회’의 박탈이다.
돈 있고 빠른 사람만 경기장에 간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결국 야구는 모두의 것이 아니라, 선택받은 사람들의 오락이 된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답이 없는 건 아니다.
해결책은 있다. 다만 실행할 의지가 필요하다
1. KBO 통합 티켓 시스템 도입
지금처럼 구단별로 흩어진 예매 구조는 공정성·투명성 모두 무너진다. KBO가 직접 나서서 티켓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NBA나 MLB처럼 중앙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2. 공식 리셀 플랫폼 운영
암표를 없애는 게 아니라 합법적 재판매 구조를 만들자. StubHub, Ticketmaster처럼 구매자 보호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면, 리셀은 통제되고 가짜 표도 사라진다.
3. 단체 예매 규정 강화
현재처럼 몇몇 단체가 표를 몰아가는 구조는 불공정하다. 단체 기준을 투명하고 엄격하게 만들고, 사후 검증도 강화해야 한다.
4. 현장 실명 확인 강화
표만 있어도 입장되는 구조는 암표의 최대 원인이다. 티켓에 구매자 실명 기재, 현장 신분증 확인을 도입하면 리셀은 자연히 줄어든다.
팬 없인 흥행도 없다
지금 KBO는 무사 만루 상황이다. 관중은 몰려오고, 인기는 터지고, 콘텐츠는 유행이다. 그런데 이 무사 만루에서 점수를 못 내면? 아무 소용 없다.
암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게 바로 진짜 ‘득점’이다.
팬의 신뢰, 그게 제일 큰 자산이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 “KBO는 이 문제를 알고 있는가?” → 예, 알고 있다.
- “그런데 왜 안 고치나?” → 복잡하고, 다 구단 탓이라고 한다.
- “그럼 팬은 어떻게 하나?” → 그냥 참거나, 웃돈 주거나, 포기하거나.
야구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진짜 묻고 싶다.
이게 야구냐고.
지금 바꾸지 않으면, 내년에 다시 이 글을 쓰게 될 거다
2026년 시즌에도 똑같은 기사를 보고 싶지 않다.
“야구는 잘 나가지만, 표는 없다. 암표는 더 커졌다.”
이 문장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 바꿔야 한다.
팬은 입장권을 원하지, 입장권을 쫓고 싶지 않다.
야구는 모두의 것이다. 그러려면, 표부터 바꿔야 한다.